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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를 것 없이 아메리카노를 섭취하면서 인터넷으로 서핑을 하다 무심코 흘러나온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순간적으로 창을 닫아 음악이 멈춰졌지만 급히 다시 사이트를 찾았다. 바로 아티스트 제이클레프(jclef)의 음악이었다. 평소 외국 힙합과 알엔비를 자주 듣지만 제이클레프에 가녀린 보이스를 듣는 순간 ‘덜 익었지만 잘한다.’는 말이 스쳐 지나간다. 어쿠스틱이 잘 어울릴것 같은 가녀린 보이스가 리듬 감 있는 비트에 실린 순간 신선함을 선사했다. 한두 곡 클릭이 벌써 두 바퀴째 그녀의 앨범을 주행하고 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제이클레프(Jclef) 라고 한다. 8월에 flaw, flaw 라는 정규 앨범을 냈다. 음악 위에 문학을 얹고 싶어서 만든 앨범이다. 아직 못 들어본 사람이 있으면 꼭 들어봤으면 한다.
요즘 뭐하고 지냈나
앨범을 내고 나서 너무 무료하고 방황하며 지내게 될 것만 같아서 복학을 했다. 근데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서 버거워 하고 있다. 저번 주에는 학교에서 시험을 두 번이나 봤다.
시험은 잘봤는가?
공부 안한 죗값을 치르는 중이다. 성적 나오는 날이 너무 너무 두렵다.
작업을 하지 않을때 무엇을 하는가
생계를 잇기 위해 과외를 하고 있다. 음악을 하지 않을 때는 수학이나 과학 선생님이다. 그것 외로 정말 시간이 많이 남을 때는 Netflix를 보면서 군것질을 하거나, 게임을 하러 간다. 가끔 책도 읽고, 정말 가끔 사람도 만난다.
수학, 과학 선생님이라니 느낌이 달라진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는가?
그렇지 않다. 그냥 수학과 과학을 잘 하고 싶은 이상한 욕심이 있었다.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부모님이 많이 반대했을것 같다. 맞는가?
그렇다. 최근엔 정말 재능이 없는 것 같으니 그만 두라는 식으로는 말씀은 안하시지만 지하 작업실에서 사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러시는 것 같다. 아마 내가 안락한 주거공간에 살게 될때 까지는 계속 걱정하실 것 같다.
최근 소프(Soap)에 한국 유명 아티스트들과 포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
떨릴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게 없어 보였다. 소프 라이브는 좋았는가?
공연을 할 때 그렇게 많이 떨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한 공연이라 조금 많이 떨렸다. 생각보다 나를 보러 많이들 온 모양이었다. 내 노래를 누군가 따라 부르기도 하고 라이브를 봐서 기뻐해 주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거의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설레는 마음이 일주일 정도 갔다.
인기를 실감하는가?
사실 바로 복학을 했기 때문에, 제이클레프라는 인물이 가상인물 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소프 라이브를 할 때, 또는 사랑이 담긴 DM 을 받을 때, 내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벅차다. 제이클레프라는 친구가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싶다. 많이 감사하다. 많이 많이
공연 라이브는 계속 진행 할 생각인가?
아직은 모르겠다. 기회가 있으면 할 생각이 있는데, 엄청 많은 기회가 있지는 않다. 단독 공연이 끝나면 또 새로운 걸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공연 보다는 작업을 더 열심히 할 것 같긴 하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지 말해달라
예전부터 너무 좋아하던 아티스트가 있었고 같이 곡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영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믹스 테잎에 피처링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래서 안 알려줄 계획이다. 작업 물로 확인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만 살짝 알려주면 안되나?
안된다! (웃음)
12월에 공연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렇다.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는 입장으로써 밴드 세션들과 함께 공연을 한다고 들었는데 준비는 잘 되고 있는가?
열심히 하고 있다. 밴드 세션을 함께 해주는 연주자 분들이 정말 너무 잘한다.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데, 잘 떠먹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있다..
어려운 점이 있는가?
솔직히 보컬이 가장 문제다. 한번에 부를 수 있도록 노래를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가사가 잘리거나, 미숙하게 소리가 날 때가 있다. 또, 완전 미디 적인 사운드의 곡들은 밴드 세션으로 편곡했을 때 너무 새로운 느낌이라, 원곡을 많이 들은 사람들은 어떨지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 했는가?
약 3년전부터 했다. 대학교 공연 음악 동아리에 들어가서 공연만을 준비하다가, 1회성으로 끝나는 공연 곡이 아닌 내 곡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시작 한 게 두렵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음악을 당장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음악으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았는가? 예를 들면 슬플때 위로를 받았거나 말이다.
정말 많이 그런 것 같다. 갑자기 슬픔과 힘듬이라는게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에 쏙 드는 음악으로 만들어내고 나면 내 자신이 마음에 든다.
만드는 음악과 자존감이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음악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내가 만든 음악이 마음에 들면,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고, 마음에 안드는 음악을 만들면, 자신을 미워하고 무능력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말하니까 좀 슬픈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 같다.
수 많은 장르 중, 힙합과 R&B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있는가?
그냥 내가 가장 재미있게 듣는 장르이기도 하고, 가장 많이 들어온 음악이라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요즘 드는 생각은 노래에 비해서 힙합 R&B 가 조금 더 할말이 많은 사람들에겐 쉬운 느낌이다. 허락되는 글자 수가 가장 많아서, 줄이거나 추상적이게 말하지 않고도 문장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런 재미에 빠져서 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R&B는 자유로운 음역대와 디테일한 스킬이 필요한 장르다. 곡을 만들때 어려운점은 없는가?
언젠가 부터는 가사를 쓰는게 스킬 적인 것 보다 훨씬 어려워 졌다. 사실 (스킬 적으로,, 음악적으로,,) 넘기 어려운 벽은 항상 만나지만, 가사 쓰는 것 보다는 아니어서 비교적 인식 할 수 없게 되버렸다. 언젠가 부터는 탁월한 노래 실력을 갖지 못해서 슬플 일이 없어졌다. 다만 필요 없고 소모적인 이야기를 쓰고 있을 때에 슬플 뿐이다.
본인의 음악 색깔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진지 충의 음악이라 생각한다. 매사에 진지한 사람은 아니지만,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쓴 가사들이 나의 음악적인 색깔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발매 했던 믹스테잎과 정규앨범 수록 곡들이 이야기가 꽉 찬 느낌이다. 스토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그렇다. 예전부터 싱글 같은 것을 내는 활동을 책을 한 장 부욱 찢어서 주는 느낌인 것 같은 생각에 엄청 선호 하지는 않게 되었다. 싱글 한 곡, 그 자체로만 의미가 있는 곡은 사실 살면서 많이 만나 보지 못했다. 이번 앨범은 나 자신이 화를 가라앉히고 치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쓴 이야기들이 많다. 곡 간의 서사에도 꽤 집착했지만, 개별적인 곡들을 만들 때에는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만들었다. 다 만들고 나면,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어려운 프로젝트를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묶음을 자꾸 만든다.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재즈나 그루브가 강한 음악을 해보고 싶다. 내가 가장 편하게 듣는 음악이지 싶다.
정규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겠다. 8월에 발매한[flaw, flaw]에 대해 소개해달라.
나의 첫 앨범이자,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잘 드러나 있는 앨범이다. 아름답지 않고, 서로의 비정상성만 꼬집으려 드는 나의 세상에서 나를 살만하게 해주는 사람과의 이야기 이다. 이 앨범을 잘 들어보고 관찰해보면 내가 무엇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무엇에 그렇게 매료 되어 있는지,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가 간접적으로 나타나있다. 직설적으로 눈 앞에다 가져다 주는 가사는 한 마디도 없다는 점이 내가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이다.
앨범 트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트랙이 있나?
모두 에피소드를 기점으로 작업 했기 때문에 선명한 기억이 있다. 다만 시를 쓰는 어떤 작가 분과 앨범 발매 후에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과 앨범 발매 후에 나눈 이야기가 인상 깊다. 나는 ‘dive in island’가 내가 자주 갖는 느낌을 묘사한 것이기 때문에 꽤 단순하고 특별하지 않은 판타지를 다루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분은 함께 수영을 하는 주체가 나를 살게 하기도 하며, 나를 괴롭게 하는 것으로서의 ‘시를 쓰는 행위’ 라고 생각하면서 들었다고 했다. 너무 너무 행복한 순간이다. 이런 감상을 들을 때는. 그 후로 ‘Dive in island’ 가 더 좋아졌다.
Dive in island은 래퍼 비와이(BewhY)가 작곡으로 참여했다고 나와있는데 그와 작업은 어떠했는가?
실제로 본적이 없다. Dive in island는 최엘비의 곡을 리믹스 한 것이기 때문에 작곡에 비와이님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쇼미더머니 출연했던 래퍼 최엘비랑 작업도 함께했다.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
쇼미더머니 출연후 그는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중 인가?
잘 모르겠다. 항상 순수하고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여서 인기에 관해서 실감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다음 앨범을 묵묵히 준비 하고 있다.
곧 섭외 한다고 이야기좀 해주길 바란다.
알겠다!(웃음)
타이틀 ‘지구 멸망 한 시간 전’에 대해 말해달라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되는 마지막 한시간. 생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리는,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다. 사랑이라는 것,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가장 순수한 시선을 가지는 시간은 오직 이런 극단적인 순간 뿐 이라는 생각에 만들었다. 그리고 이 한시간을 엄청나게 확대하면 날이 되고, 달이 되고, 일생이 된다. 아무것도 중요치 않은, 다시 말하면 옳고 그름이 사라지는 순간을 설계 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틀림'에 관해 두려울 것 하나 없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안의 나는 허무함과, 사랑의 감정만을 느끼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하루종일 말할 수도 있는 그런 노래다.
개인적으로 아티스트 원슈타인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감하는 바이다.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여서 작업을 부탁드린다고 졸랐다. 두말할 여지가 없다.
창의적이고 귀를 끄는 목소리도 너무 멋지다. 정말 정말 최고로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요번 앨범에 내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두 아티스트와 작업을 했다. 오하이오 래빗과 원슈타인.
앞으로의 행보를 말해달라
비밀이다.(웃음) 우선은 요번학기를 F없이 마치는게(각오), 남은 연말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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